숫자를 묻는 기업, 가치를 말하는 어린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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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는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합니다. 어른들이 놓치고 사는 것들을 조용히 읊조려 주기 때문입니다. 세기의 명작 어린 왕자 속 에피소드들 중, ‘여우’와 ‘장미’에 관한 내용이 가장 대표적인데요.  제가 어린 왕자를 접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문득 떠오르는 에피소드는 ‘숫자’에 관한 것입니다.

 

자신의 친구를 소개하는 주인공에게 친구의 나이, 몸무게, 아버지의 월급 등과 같은 숫자로 그 친구를 파악하려는 어른들의 태도를 담은 에피소드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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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certainly, for us who understand life, figures are a matter of indifference. (확실히 삶이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우리들에겐-아무래도 숫자 같은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

 

당시에는 수학으로 큰 스트레스를 겪고 있던 중 이었기에 적극 공감 하는 문구였으나, 지금은 되묻게 됩니다. ‘정말? 숫자 같은 건 별로 중요하지 않을까?’ SNS채널을 운영하며, 매일 몇 명이 ‘좋아요’를 했는지, ‘댓글’을 달았는지 노심초사하는 일상을 보내니,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소셜 미디어에서 ‘숫자’는 무엇일까?” 무척이나 넓은 범위의 궁금함일 수 있지만, 나름의 해답을 찾는 과정에 대한 기록을 해보려 합니다.
미디어 존재의 근거는 숫자?

 

입사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사님의 지인과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막걸리를 거하게 마신 후, 미디어에 관한 진지한 토론을 하게 되었는데요. 토론의 주제는 ‘미디어는 영향력으로 평가 받는다.’ VS ‘미디어는 콘텐츠로 평가 받는다.’ 였습니다. 상호 연계된 부분이기에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지만, 필자는 후자의 입장에서 열렬히 주장을 펼치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콘텐츠이지, ㅇㅇ일보의 발행부수가 아니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현실은 모르는 사회초년생의 이상같이 들리는 것 같아 괜스레 막걸리만 들이켰던 아쉬운 기억이 납니다.

 

흔히들 브랜드의 소셜 미디어 성과는 브랜드가 운영하는 미디어와 관계를 맺은 소비자의 ‘숫자’로 평가됩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운영하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더 많은 관계를 맺으려고 광고, 이벤트 등의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진행하지요. 미디어의 숫자는 그 브랜드 미디어의 영향력은 물론 신뢰성까지 상승 시킨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물론, 미디어에 있어서 그 영향력과 신뢰성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또한, 영향력에 대한 지표인 ‘숫자’ 또한 무시할 수 없지요. 기업에 입장에 있어 ‘자본’이 들어가는 활동은 + 혹은 –로 귀결되는 결과와 평가가 이어져야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물질적 보상에 의존하여 쌓은 미디어는 휴가철 사진 한 장을 위해 뚝딱 지은 해수욕장의 모래성과 같지 않을까요? 손을 떼는 순간, 약한 바람과 물살에 곧 무너져 버리고 마는 해수욕장의 모래성 말입니다. 물질로 쌓은 소셜 미디어는 타 브랜드의 더 큰 자본을 기반으로 한 이벤트라는 거센 물살을 이겨낼 공중들의 애착이 없다는 한계를 가지게 되기 마련이니까요.

 

소셜미디어존재의근거는 ‘가치를 담은 콘텐츠

풍부한 인사이트로 귀를 쫑긋하게 만드는 TED 강연에는 ‘Why’에 대한 강의가 있습니다. Simon Sinek 강연 인데요. 짧은 강연을 듣고 나면, 한 문장이 귀에서 메아리처럼 울립니다. 바로, “People don’t buy what you do but, they buy why you do it.” 이는 공중들이 기업이 하는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그 프로그램에 담고 있는 가치에 대해 집중한다는 것입니다. 즉, 보여지는 표면이 아닌 그 안에 내제된 가치가 공중을 움직이게 하고, 브랜드를 사랑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왜 기업이 소셜 미디어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갑니다. 높은 주목도를 원한다면 ‘광고’가, 높은 공신력을 원한다면 신문이 더 효율적일 수 있으니까요. 즉, 숫자에 근거한 결과를 원한다면 시간과 노동력, 투자를 고려했을 때, 다른 미디어가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기업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중과 “가치를 나누는 관계”를 맺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가치를 담은 콘텐츠로 소통하는 것이지요. 가치를 나누는 이러한 소셜 미디어의 모습은 친구의 취미와 친구가 좋아하는 색깔을 말하고 싶은 어린 왕자의 모습과 무척이나 닮았습니다. 즉, 재미있는 영화를 나누고, 힘든 월요일을 나누는 소셜 미디어에서 ‘몇 명’에게 우리 브랜드의 소식이 노출되는지를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소통할 수 없는 ‘어른’이 되어버리는 것이지요. 또한, 공중들이 나누고자 하는 가치에 귀 기울여 소통하려는 어린 왕자가 되어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인 것입니다. .

 

보여지지 않는 공중과의 관계를 쌓아가는 SNS(Social Networking Service)에서 보여지는 숫자에 갇히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현상입니다. 물론, ‘미디어’의 하나이기에 숫자로 대변되는 더 큰 영향력을 쫓는 것은 필요합니다. 이 역시 공중에게 다가가는 ‘매개체’이기에 얼마나 많은 공중과 소통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는 또한 가치를 나누는 콘텐츠를 담는 그릇이기도 합니다. 나아가, 그 콘텐츠로 가치를 나누며 공중들과 소통하려 하지요. 그렇기에,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사람으로서 항상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공중과의 관계를 맺기 위해 가치를 나누는 ‘어린 왕자’의 자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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